Category: Christian Perspectives in the 21st Century / 21세기 크리스천의 관점

한국부 이야기: 시애틀 – 다양한 사람들이 가족같이 함께하는 시애틀분교

Misong Kim 김미성 (시애틀분교 디렉터)

시애틀 분교는 우리 센트럴 분교 중 가장 오래된 분교들 중의 하나로 많은 졸업생들을 배출해 낸 분교입니다. 그동안 우리 분교 출신으로는 경제학 박사도 있고, 한의사 박사과정에 있다 오신 자매도 있고, 아동 미술치료 석사학위를 가진 분과 약사로 일을 하시다가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에 들어오신 분도 계십니다. 그런가 하면 평범한 주부들도 있습니다. 가장 어린 학생은 19살이고 한 때 가장 나이 많으신 분은 한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오신 60세가 넘은 분이었습니다. 그 중 지금은 졸업하거나 영주권이 나오신 분도 계시고, 한국으로 다시 뒤 돌아가신 분도 계십니다.

그런가 하면 이곳 시애틀에서 공부하다가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학생들도 여럿 있습니다. 한 자매는 미국에 어려서 유학을 와서 영어가 더 편한 학생인데 십 수년 간 영주권을 받지 못해 지친 삶을 살고 있다가 극적으로 작년에 영주권도 취득하고 사랑하는 남자도 만나 정말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분도 계십니다. 또 한 자매는 사랑하고 의지했던 주변 분들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힘들어 인생무상 속에서 학교도 포기하고 인생도 포기 싶었던 분도 계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로 멋지고 잘 나가는 청년을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수업과 주일 온라인 예배에 열심으로 참석하면서 얼마나 그녀의 삶이 밝아졌는지 모릅니다.

저희 학생 중에는 뇌 암 수술을 하고 신장 수술까지 한 분도 계십니다. 만나면 언제나 밝고 환한 미소와 다정다감한 성품으로 모두를 편하게 해 주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늘 수업 때마다 먹을 가져와서 학생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평소에 건강도 자신있던 분이었는데 어느 날 몸의 이상을 느끼고 조사한 결과 암이 머리에 몇 군데 있고, 신장에까지 번지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긍정적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도움으로 자신이 수술도 잘 받고 치료될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자신을 인도하시고 지키시고 치료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체험하면서 믿음도 더욱 깊어지는 은혜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뇌 수술로 암도 다 제거하고 신장 수술도 잘 되어 건강히 회복하고 계십니다.

저희 분교에는 선교사를 꿈꾸고 계시는 사모님도 계십니다. 얼마 전 건장했던 남편 목사님이 중풍으로 쓰러 지셔서 지난 1년 6개월 간호하느라 너무나도 힘든 과정을 거쳐 오셨습니다. 남들은 팬데믹 (Pandemic) 하나만으로도 너무나도 힘들고 벅찬 한 해였는데 사모님 내외분에게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말 만만치 않은 세월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어 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감사하면서 꿋꿋하게 오늘을 살아가고 계십니다. 디플로마 졸업을 앞두고 E-2 Visa 가 나왔지만 끝까지 수업을 마치고 졸업장을 타신 집사님도 계십니다. 그리고 수업 기간 때와 종강 때면 맛있는 음식도 가져오고 졸업생들과 학생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식사도 제공해 주는 전도사 같은 집사님이십니다.

물론 우리 시애틀 분교 학생들 중에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분들도 여러 있습니다. 그 분들은 교회를 나가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이 신학교에 와서 공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때론 교수들의 강의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강의 내용이 재미도 없습니다. 더구나 유명한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열정을 가지고 강의를 하시고 숙제를 산 더미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같이 주시는 교수님들 때문에 마음 고생을 얼마나 하는 지 모릅니다. 그런데 한 학생 한 학생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해보면 너무나도 순수한 학생들입니다. 미국이 아니면 한국에서 정말 대우 받고 잘 나갈 수 있는 분들입니다. 어떤 학생은 치열한 이민생활 속에 하루에 3-4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때론 학교에 와서 졸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이 저희 신학교에 와서 강의를 듣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수업료를 내 가면서 기왕이면 좋은 성적을 받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감사와 감동의 작은 떨림이 제게 있습니다.

저희 분교에는 다양한 분들이 수업을 들으러 오십니다. 그런데 나이가 많던 적던 수업시간에는 한 가족이 됩니다. 코비드 이전에는 아주머니 학생들이 정성껏 만들어 온 점심을 같이 먹습니다. 김밥, 미역국, 김치국, 잡채, 떡과 감주까지 (간식은 기본이고요) 다양한 음식들이 푸짐히 나옵니다. 그러면서 교실 안이 떠들석해지면서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이곳 저곳에서 여자들을 웃음소리들이 까르르 터져 나옵니다. 그리 함께 먹는 밥이 얼마나 맛이 있는지 모릅니다. 미국 분들이 냄새 난다고 뭐라고 할까 봐 교실 창문을 열어 놓고 눈치 보면 먹는 밥이지만 온통 우리 학생들을 사랑과 우정으로 묶어주는 잔치가 됩니다. 언니, 동생, 누나, 오빠, 교수님 하면서 다들 한 동아리가 되어 지내고 나면 다음의 만남이 기다려 집니다. 또 한 분 한 분을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해 주세요. 수업도 안 빠지고 과제도 다 잘 하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영주권도 빨리 탈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러는 가운데 어떤 분들은 하나님과 가까워진 분도 계십니다. 어떤 분은 “목사님, 이제 설교 말씀이 들리기 시작합니다.”라고 고백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리고 그들의 적용 페이퍼 속에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로 인해 변화되어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그 속에 눈물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글들을 읽으며 또 놀랍니다. 그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도 있고, 갑자기 가슴이 설레이기도 합니다.

저자에 대해:

김미성교수는 시애틀지역에서 한마음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섬기며. 현재 센트럴신학대학원에서 시애틀 분교디렉터로 가르치고 있다.

편집인 주:
이 글은 블로그 [21세기 크리스천의 관점]에서 연재기획하는 “한국부 이야기”의 세번 째 글이다. 센트럴신학대학원의 분교 디렉터 윤영혁, 박규석, 김형중, 김미성, 이경희, 김진규, 권석균 등 여러 필자들이 이 기획글에 참여할 것이다. 투고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코멘트나 견해를 환영하며, spark@cbts.edu로 보내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