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Christian Perspectives in the 21st Century / 21세기 크리스천의 관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그리고 영적 돌봄

원목(Chaplain) 사역을 하면서 나는 환자와 가족들이 질병과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 삶의 가장 깊은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이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그리고 때로는 말로 표현되지 않지만, 그들의 눈빛과 침묵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발견하기도 한다.

최근 원목 수련과정에서 영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주인공 모리는 루게릭병(ALS)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죽음을 앞에 둔 한 사람이 어떻게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지를 보여 주는 서사이다.

모리 슈워츠는 은퇴한 사회학 교수이다. 그는 진행성 불치병인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후, 오랜 세월 연락이 끊겼던 제자 미치 앨봄과 다시 만나게 된다. 미치는 매주 화요일 스승을 찾아가 사랑과 가족, 일과 성공, 용서와 노년, 죽음과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죽음을 앞둔 모리가 오히려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사실이다. 그의 몸은 점점 약해지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된다. 보통의 기준으로 보면 그는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을 붙잡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자신의 삶을 나누는 기쁨, 그리고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일이었다.

성경의 시편 기자는 “우리의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우리의 날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삶을 두려움 속에 가두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오늘 허락하신 삶을 더욱 깊이 살아가도록 이끌 수 있다.

영화 속 미치는 처음에는 성공과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죽음을 향해 가는 스승과의 만남을 통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발견한다. 이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고 더 성공하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지만, 때때로 멈추어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충분히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가?”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큰 계명이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우리의 삶도 사랑과 관계를 떠나서는 온전해질 수 없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기억하게 되는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했는가 보다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와 삶을 나누었는가 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원목 사역과 연결되어 내게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와 가족들은 우리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가지고 있다. 고난의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고, 질병을 없애 줄 수도 없으며, 죽음을 막아 줄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곁에 함께 있을 수 있다.

때로 영적 돌봄은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 곁에 조용히 앉아 있으며, 그의 두려움과 슬픔을 소중히 여기며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삶 속에서 의미와 사랑, 그리고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도록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나는 원목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위로가 언제나 특별한 말이나 극적인 사건을 통해서만 전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워 가고 있다. 때로 하나님의 사랑은 누군가가 곁에 함께 있어 주는 모습을 통해 전해진다. 따뜻한 손길과 진심 어린 경청을 통해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할 때도 있다.

모리와 미치의 매주 화요일의 만남도 그러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모든 문제의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웃고 울며 삶과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함께 바라본다. 그 관계 속에서 미치는 변화하고, 모리는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사랑과 의미로 채워 간다. 돌봄은 돌봄을 받는자와 돌보는 자가 함께 돌봄을 경험하고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영화가 끝난 뒤 내 마음에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보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라는 절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 너머의 소망을 바라보며, 동시에 하나님께서 오늘 허락하신 삶을 감사함으로 살아가도록 부름 받았다.

어쩌면 영적 돌봄이란 고통에 대한 모든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과 하나님의 함께하시는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오늘이 내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라면, 나는 누구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것인가? 누구와 화해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의 곁에 잠시라도 함께 있어 줄 것인가?

어쩌면 삶의 가장 깊은 지혜는 먼 곳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해야 할 사람을 용서하며, 고난 가운데 있는 이의 곁에 함께 있어 주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오늘 하루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가장 소중한 ‘화요일’ 일지도 모른다.

*이 원고의 내용은 전적으로 저자의 것입니다

 

저자: 이순옥  센트럴신학대학원 목회상담과 겸임교수                        

                  노스웨스트 커뮤니티 헬스케어(시카고) 채플린                          

                  사마리탄 목회연구소 & 리더십(시카고) 메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