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Christian Perspectives in the 21st Century / 21세기 크리스천의 관점

성서 고고학–남겨진 것 그리고 기록될 것

Seung Ho Bang

방승호 박사는 센트럴신학대학원 한국부 구약분과 조교수(겸임)겸 구약 분과장으로서, Baylor University 종교학부에서 구약학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성서고고학자로 이스라엘에서 고대 남유다지역의 도시를 발굴하는 The Lahav Research Project의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웨이코한인감리교회에서 대학생/유스를 담당하면서 휴잇제일감리교회의 담임목사로 있다.

저는 이스라엘 남부에 있는 텔 할리프라는 곳을 발굴하는 고고학 프로젝트에 15년째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텔 할리프는 성경에서 이스라엘의 전통적 남쪽 경계선인 브엘쉐바에서 북으로 대략 15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구약성경에는 여호수아서(15:36; 21:24)에 림몬으로 언급되고 있는 성읍입니다.  이곳은 주전 701년 앗수르왕 산헤립이 유다를 침공했을 때 파괴한 46개의 도시 중 하나로 저희는 이때 남겨진 도시의 파괴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굴 경험을 배경으로 저는 지난 몇 학기째 센트럴에서 “성서배경연구”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성경이 고대 이스라엘 그리고 유대인들의 삶을 모두 말해 주고 있지 않기에 저는 성서 고고학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업 시간에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이, “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지?”입니다.

성서 고고학은 여타 다른 고고학과 같이 발굴되는 유물을 통해 고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연구하고 재구성합니다. 옛말에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라고 하는데 고고학자는 인간의 행동이 남긴 자취를 통해 고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아봅니다. 그런데 철기시대 하면 최소한 2500년이 넘는데 어떻게 그 오래전 생활상을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고대 이스라엘 성서 시대의 역사적 특수성에 있습니다. 고고학은 유물을 발굴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고대 유적이 발견되어도 유물이 많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를 해보셨다면 짐을 다 빼낸 텅 빈 집을 생각해 보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서 고고학에서 파괴층 연구가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지진 또는 전쟁에 의한 갑작스러운 파괴로 인해 당시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파묻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상세히 고대 사람들의 생활상이 남겨질까요? 저희가 연구하는 파괴층에서는 차곡차곡 쌓인 사발에서 음식물 잔해가 발견되어 당시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섭취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드문 경우기는 하지만 탄화된 올리브 씨, 밀, 그리고 보리 등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주방에서는 동물 뼈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고생물학자는 이 뼈들을 분석해서 어떤 동물인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부서진 단면을 분석해서 어떤 방식으로 동물이 도축되었는지도 봅니다.

일반 가정에서 꼭 필요한 물품 중의 하나가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한 간석기입니다. 밀과 보리 같은 곡류를 갈아서 가루로 만들 때 꼭 필요한 것으로 보통 강도가 높은 현무암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화산암은 이스라엘 지역에서 북부 갈릴리 지방에서만 나오고 있어 일반 가정도 다른 지방과 물류 교류 네트워크에 속해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현무암은 출처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특별히 분석하지 않지만, 간혹 토기에 사용된 흙을 분석해서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파악하기도 합니다. 분석에 의하면 철기시대에 일반 가정에서 사용된 토기는 대부분 각 가정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특정 장소에서 제작되어 판매되었음도 알 수 있습니다. 

간혹 발견되는 큰 저장용 항아리에 “라멜레크”로 알려진 남 유다 왕 인장이 찍힌 토기 조각이 발견되는데, 이 유물로 인하여 고대 유다 중앙 정부의 행정력이 일반가정에까지 미치고 있었음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저장용 항아리는 일반적으로 곡물과 포도주나 올리브기름과 같은 액체를 담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몇몇 발굴에서 저장용 항아리에 곡식이 담겨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하고, 파괴층에서는 고열의 화재가 있던 흔적들이 발견되는데 항아리에 담겨있던 올리브 기름에 불이 붙어 발생한 것으로 봅니다.

철기시대 때 앗수르의 경우 정복한 도시를 파괴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성벽을 무너뜨리고 불을 지르며 도시를 파괴합니다. 보통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포위 공격하는데 아마도 제일 처음 공격은 활과 테니스공만 한 돌을 던지는 돌팔매 부대가 주도했을 것으로 봅니다. 이런 탄도 무기는 파괴층을 발굴할 때 고스란히 발견되어 라기스의 경우 앗수르 왕 산헤립이 공격했을 때 어느 곳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반 가옥의 파괴층에서 발견되는 이런 탄도 무기의 잔해를 파악하면 대략적인 건물의 구조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탄도 무기가 가옥 안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그것이 창문 또는 지붕이 없는 곳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고대 이스라엘 가옥이 다층 구조인지, 안뜰이 지붕으로 덮여 있었는지, 성벽 외곽에 창문이 있었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앞에서 고고학자의 기본 전제는 인간의 행동, 다시 말해서 인간의 삶은 자취를 남긴다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에 동의하십니까? 제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18세기에 시작한 “역사적 예수 탐구”가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서 30년 이상, 그것도 마지막 몇 년을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 로마 정부 사이에서 유명했다면 분명 어떤 형태로든 그의 행적이 남겨져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역사적 예수 탐구”가 어떤 것을 발견하고 지금은 어떤 것을 연구하고 있을까요? 성서 고고학도 그렇지만 그런 것이 과연 우리의 신앙에 어떤 도움을 줄까요? 이것을 답변하며 글을 마치기보다는 남겨질 “나의 행동은 어떤 것이 있나?” 생각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지난 수년간 발굴 현장에서의 쌓인 경험은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도 우리 삶의 어떤 흔적은 잘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잊고 싶은 것이 사라졌다고 착각하는 것은 그것이 묻혀 있기 때문인데 언젠가 땅이 파헤쳐졌을 때 사라지지 않은 우리의 행위의 흔적에 매우 놀라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생각에 영원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썩어 없어졌을 수 있고, 반대로 없어졌길 바랐던 것이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고대 이스라엘을 연구하는 성서 고고학은 오늘 우리에게 신앙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