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Christian Perspectives in the 21st Century / 21세기 크리스천의 관점

한국부 이야기: 휴스턴 – 발자국을 따라서

박규석 (휴스턴분교 디렉터)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

[출처: https://www.erum.cc/board_kpwI35/106625]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조선후기 문신 이양연의 한시입니다. 이 시는 백범 김구 선생님이 평생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애송해서 더 유명해진 시입니다. 앞서 길을 걷는 리더자나 직분이 있는 사람이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의미를 담아 놓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걸어왔던 신앙의 길은 어느 누구에게는 잘못된 전통이 되었을 수도 있고, 또는 다른 이에게는 믿음의 길을 찾아가는 좋은 네비게이션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들의 발자국을 따르던 누군가가 바르게 가지 못하고 지금 헤매고 있다면 먼저 길을 나선 사람의 책임이 아니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걸음을 내는 사람들이 참 중요한 것입니다. 눈길 위에 길을 내듯이 먼저 길을 나선 이의 발걸음이 중요한 것은 그의 걸음을 보고 뒤 따르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앞서 걸어간 이를 모델로 삼아 그 길을 걸어갈 경우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경진 (엠디브, 휴스턴)

서두의 말씀을 이렇게 드리는 이유는 앞서가는 이들의 좋은 모델이 되는 현재 M.Div. 과정중인 안미선, 나경진 두 학생을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두 학생은 가정에서 한 남편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고단한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로, 사실 처음에는 순수한 공부를 위한 목적이기 보다는 미국 내에서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 년 전 센트럴신학대학원 휴스턴분교 디플로마 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다니는 것도, 학업에 임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큰 짐이었기에, 공부하는 얼굴에는 웃음보다는 항상 지쳐 있는 모습들이 역력했습니다. 지쳐 있는 그들을 보노라면 어떻게 그들을 인도하고 지도하는 것이 바른 것인가가 저에게는 늘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30년 넘게 목회하는 목회자이며 교수입니다. “목회”는 “고민하는 것”이라고 늘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 우리 안으로 들어온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서 그들이 처한 인생을 부둥켜안고 기도하면서 같이 살아가다 보니, 그들의 삶과 고민은 어느덧 나의 온 생활을 점령해서 그 성도들과 같이 고민하며 기도하는 것이 저의 일상의 태도와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목회적 생활이 습관화가 되어서인지 휴스턴 캠퍼스의 디렉터와 교수로 일하게 되면서도 학생들 하나하나를 목회적 관점으로 보게 되었으며, 그 과정 중 자신의 고단한 삶을 짊어진 채 학교에서 공부하는 두 학생을 늘 관심 있게 기도하면서 상담도하고 격려해 주기도 했습니다.

입학하고 얼마간은 여전히 그들의 고단한 싸움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들의 환경은 별로 바뀐 것이 없지만 생각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자매는 우리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 단순히 신분 유지가 아닌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신앙과 믿음의 관점으로 서서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안미선 (엠디브, 휴스턴)

이런 신앙을 통한 생각의 전환은 학업을 무거운 짐이기 보다 즐거움과 보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런 마음 가짐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는 그들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원했던 일들이 구체적으로 변화되며 진화되고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두 학생은 저에게 “교수님 어쩔 수 없어서 시작했던 공부가 요즘은 보람도 있고 재미있어요”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진정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왕 시작한 신학대학원 공부를 M.Div까지 진학해서 교회사역과 선교사역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학기가 지나고 이 두 학생은 나란히 M.Div 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수고스럽고 짐과 같았던 공부가 하고 싶은 공부가 되었고, 하나님의 사랑스러운 일꾼이며 사역자로 거듭나는 변화가 그들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그렇게 변화되어 시작한 학교생활이 이젠 두 학기만 더 공부하면, M.Div과정까지 졸업하게 됩니다. 저는 이들이 훌륭한 사역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두 자매는 이미 좋은 사역자로 헌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학기에 두 자매는 휴스턴에 있는 늘푸른교회와 주사랑침례교회로부터 각각 사역자로 초청을 받게 되었고, 사역자로 헌신하게 되면서 신학공부의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휴스턴분교 채플 모습

안미선, 나경진, 이 두 학생들은 디플로마로 시작했던 센트럴신학대학원에서의 공부가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기쁨과 인내로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아성취와 하나님 과 함께 일하는 비전까지 이루어 내는 훌륭한 신앙의 모델로서 좋은 이정표와 네비게이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이 두 자매가 그랬던 것처럼 공부하는 것이 꽤 고단하며 힘들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하나님을 전심으로 의지하고 이 두 분이 먼저 밟아 놓은 발자국을 따라 걸어보라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저자에 대해:

박규석교수는 Houston Graduate School of Theology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휴스턴 주사랑침례교회에서 21년간 목회하는 강해 설교자이다. 센트럴신학대학원에서 교수로, 휴스턴분교 디렉터로 섬기고 있다.

편집인 주:
이 글은 블로그 [21세기 크리스천의 관점]에서 연재기획하는 “한국부 이야기”의 두번 째 글이다. 센트럴신학대학원의 분교 디렉터 윤영혁, 박규석, 김형중, 김미성, 이경희, 김진규, 권석균 등 여러 필자들이 이 기획글에 참여할 것이다. 투고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코멘트나 견해를 환영하며, spark@cbts.edu로 보내 참여할 수 있다.